1991년 개봉한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는 단순한 로드무비가 아닙니다. 억압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두 여성의 여정을 통해 자유, 연대, 선택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죠. 델마와 루이스는 도망자가 되면서도 점점 더 자신을 찾아가고, 스스로 운명을 결정합니다. 특히 강렬한 인상의 결말은 여러 매체에서 오마주, 패러디되었답니다. (무명 시절의 브래드 피트가 출연합니다.)
이 영화는 여성들이 자유를 갈망할 때 어떤 장애물과 마주하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연대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델마와 루이스가 전하는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1. 억압된 일상을 떠나 자유를 향한 도전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루이스(수전 서랜던)의 여행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억압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이었습니다.
① 델마 – 가부장적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다
델마는 가정주부로, 남편인 대릴(크리스토퍼 맥도날드)에게 완전히 통제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릴은 델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녀를 길들이고자 합니다. 그는 델마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며, 그녀가 외출하는 것조차 허락받아야 할 일처럼 여깁니다.
이처럼 델마는 자신의 삶에서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남편의 그림자로 존재하는 억압된 여성입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후, 델마는 처음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던 말처럼 필요에 따라 총을 들고 경찰을 협박, 감금하는 짓도 서슴지 않게 되며 루이스의 담배를 뺏어 태우기도 하지요. 영화의 묘사에 따르면 델마의 기존 성격은 억압돼 '만들어진' 성격이었으며 바뀐 자유분방한 모습이 진정한 그녀의 성격으로 더욱 자세하게 나타납니다. 그녀는 루이스와 함께 떠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결국에는 가부장적 질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인물로 성장합니다.
② 루이스 – 독립적인 듯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한계에 갇힌 여성
루이스는 델마보다 훨씬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보입니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는 그녀는, 델마와 달리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그녀 역시 과거의 트라우마와 사회적 억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인물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루이스는 과거에 텍사스에서 끔찍한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녀가 델마를 구하기 위해 하란(팀 로스)을 총으로 쏠 때, 이는 단순한 자기방어가 아니라, 과거 자신의 경험과 겹쳐진 감정적 폭발이었습니다. 사실 루이스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은 영화 어느 장면에도 드러나지 않지만 그녀가 앞서 보인 모습에 따르면 기정사실화 되는데, 캐릭터의 행동만으로 백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기교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델마와 루이스의 여행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자유를 향한 첫걸음이었습니다. 델마는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존재로 변해갑니다. 루이스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진정한 독립을 찾으려 합니다. 두 사람 모두,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기 시작합니다.
2. 여성의 연대 – 서로를 지키며 성장하다
델마와 루이스는 두 여성의 강한 유대감과 연대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① 델마의 변화 – 더 이상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다
영화 초반 델마는 매우 순진하고 의존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의존했고, 루이스가 계획을 세우는 동안 따라가기만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계속되면서 그녀는 점점 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인물로 변화합니다.
특히 가장 큰 전환점은 제이디(브래드피트)가 그들을 속여 돈을 훔쳐 갔을 때입니다. 루이스는 절망하지만 델마는 오히려 침착하게 루이스를 안심시키고 제이디에게서 들었던 수법 그대로 대담하게 편의점을 털어 돈을 마련합니다. 그녀는 루이스가 항상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② 루이스의 변화 – 델마를 통해 희망을 찾다
루이스는 델마보다 강인한 인물로 보이지만, 사실 그녀 역시 상처받고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여행이 진행될수록, 델마는 점점 더 강해지고 주체적으로 변해갑니다. 이 과정에서 루이스는 델마에게 의지하기 시작하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에서 점점 자유로워집니다. 늘 소극적이며 루이스에게 끌려가던 델마와 늘 적극적으로 델마를 이끌고 가던 루이스 사이의 관계가 역전된다고 볼 수 있어요. 결국, 루이스는 델마 덕분에 진정한 연대를 경험합니다. 단순한 보호자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성장하는 관계로 발전한 것이죠.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두 여성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며 자신을 찾아간다는 점입니다. 델마는 더 이상 수동적인 여성이 아니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루이스는 델마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3. 자유의 의미 – 도망이 아니라 선택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은 바로 마지막 결말입니다.
① 법과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자유
델마와 루이스는 결국 경찰에 쫓기며 그랜드 캐니언 절벽 끝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경찰에 잡히기보다, 스스로 차를 몰고 절벽으로 향합니다. 일반적인 범죄 영화라면, 도망자들은 경찰에 체포되거나 총격전 끝에 사망하는 결말을 맞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델마와 루이스의 결말은 그와는 다릅니다. 그들은 잡히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자유를 선언합니다.
② 자유로운 선택 – 그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다
이 장면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그들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순간입니다. 억압받던 두 여성이 처음으로 온전한 자유를 얻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됩니다. 그들은 경찰이 요구하는 방식의 삶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마지막을 맞이하는 선택을 합니다. 엔딩을 두고 여러 가지가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리들리 스콧은 자동차가 절벽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루이스가 델마를 자동차 밖으로 밀어낸다는 엔딩도 생각해봤다고 한다.
그들의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선언이었습니다.
-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 여정
- 여성 간의 강한 연대와 성장
-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
한국 개봉 2년 후인 1995년, 한국에서 이민용 감독의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가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 역시 당시 만연했던 가정폭력과 남성중심 사회에 대한 한국식 페미니즘 무비로, 시대상을 이해하면서 델마와 루이스와 같이 감상하면 재밌는 영화입니다. 델마와 루이스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자유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델마와 루이스는 여전히 강렬한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