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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나키스트", 한국 독립운동 영화의 색다른 시선 (줄거리, 역사적 배경, 현재의 의미)

by soul curator 2025. 3. 9.

영화 아나키스트 포스터 이미지

 

영화 *아나키스트(Anarchists, 2000)*는 192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조선인 아나키스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기존의 독립운동 영화들이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항일 투쟁을 조명했다면, 아나키스트는 무정부주의(아나키즘)라는 색다른 이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장동건, 정준호, 김상중, 이범수, 정재영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했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혁명가들의 고뇌와 신념을 사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단순한 독립운동 영화가 아니라 혁명과 희생, 이념의 갈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무정부주의를 조명한 한국 영화, 기존 독립운동 영화와의 차별점

대부분의 한국 독립운동 영화들은 조국을 되찾기 위한 민족주의적 투쟁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나 영화 아나키스트가 이런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독립운동가들 중에서도 무정부주의(아나키즘)를 신봉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조국의 독립을 목표로 하지만, 동시에 국가의 개념 자체를 거부하는 무정부주의적 신념을 가집니다. 이들은 단순히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억압적인 권력과 지배 구조에 반대하며 완전한 자유를 추구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영화에 철학적 깊이를 더하며, 기존의 독립운동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서사입니다. 또한, 아나키스트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가 아니라, 혁명가들의 현실적 고민과 희생을 강조해서 보여줍니다. 무정부주의 조직의 일원인 주인공들은 이상을 위해 폭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부딪히며,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관객들은 주인공들과 함께 혁명의 대가와 자유의 의미에 대해 고민합니다. 특히 1920년대 상하이라는 배경이 이러한 이야기에 더욱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당시 상하이는 다양한 정치적 이념이 충돌하는 공간이었으며, 조선 독립운동가들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등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지고 투쟁했습니다. 아나키스트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독립운동의 또 다른 면모를 조명한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2. 강렬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

영화 아나키스트의 또 다른 강점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배우들의 열연입니다. 주연을 맡은 장동건(이준 역), 정준호(한명곤 역), 김상중(서강 역), 이범수(정태 역), 정재영(동철 역)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혁명을 꿈꾸는 인물들을 연기합니다.

 

이준(장동건 분): 냉철하면서도 고독한 성격을 지닌 인물로, 조직의 중심에서 혁명을 이끄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합니다. 상구와 독립자금 회수 작전에 투입 임무에 성공하지만 회수한 독립자금 중 절반인 5만 루블을 가지고 혼자 이탈합니다. 그리고 아편굴에서 지내다가 의열단의 다른 조직원들에 잡혀 돌아온 이후 다른 작전에 단독 투입되어 일본의 고관을 암살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근(정준호 분): 조직의 전략가로,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혁명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향을 보이며, 다른 캐릭터들과의 갈등을 유발합니다. 세르게이를 진심으로 아끼지만, 한편으로는 세르게이의 연인 가네꼬를 연모합니다.

한명곤(김상중 분): 조직의 정신적 지주로,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의열단원입니다. 아나키스트 사상과 사회주의에서 갈등하는듯 하지만 마지막까지 동지들과 함께 합니다. 김상중의 깊이 있는 연기가 캐릭터의 무게감을 더합니다.

상구(김인권): 본작의 화자. 부모를 죽인 일본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본인 거주지에 방화를 하다 체포되어 동료들과 교수형되기 직전 주인공 집단에게 구출되어 그들과 합류하게 됩니다. 영화의 나레이션을 맡아 상황을 서술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네꼬(예지원) 세르게이의 연인으로 어머니는 조선인이고 아버지는 일본인입니다. 세르게이가 의열단에 의해 제거된 후 의열단 지도부와 같은 조직의 리더 격인 한명곤의 조작으로 세르게이를 죽인 것으로 오해하고 일본군 소좌 미나미를 직접 암살합니다.

돌석(이범수): 조직 내에서 행동대원으로 활약하는 인물로, 때로는 폭력적이지만 동료애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들 캐릭터는 단순한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욕망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들입니다.

3. 현실과 연결되는 메시지, 오늘날에도 유효한 영화의 가치

아나키스트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자유란 무엇인가?", "국가란 어떤 의미인가?", "혁명은 정당한가?"와 같은 질문들은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들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아나키즘을 신봉하며, 독립 이후의 사회를 고민합니다. 이는 단순히 일본 제국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 끝이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확장됩니다. 오늘날,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게 논의되는 시대에서 아나키스트의 메시지는 더욱 강한 울림을 줍니다. 영화는 독립운동을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회에서도 고민해야 할 문제로 제시합니다. 영화는 당시 독립운동의 과정에서 있었던 사상적 충돌과 내부 갈등, 횡령, 배신, 숙청, 암투, 이중첩자 등의 실제 모습을 아무런 치장이나 연출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대중적으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아무 가감 없이 보여주는 국내의 거의 유일한 영화라는 평가가 있네요. ( 심지어 의열단원이 일본 경찰을 고문하는 장면까지 나온답니다.) 제작에 참여한 이준익 감독은 이후 박열(영화)에 감독을 맡는데 두 영화 모두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들이 주제라는 점이 같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아나키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