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명작 중 하나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은 스튜디오 지브리 제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극장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금지된 세계의 문이 열렸다! 이사 가던 날, 수상한 터널을 지나자 인간에게는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오게 된 치히로. 신들의 음식을 먹은 치히로의 부모님은 돼지로 변해버린다. 겁에 질린 치히로에게 다가온 정체불명의 소년 하쿠. 그의 따뜻한 말에 힘을 얻은 치히로는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사상 초유의 미션을 시작하는데... 주인공 센(치히로)과 하쿠는 영화 내내 중요한 변화를 겪으며 성장합니다. 이 글에서는 센과 하쿠의 성격, 성장 과정, 그리고 이들이 상징하는 의미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순수한 소녀에서 독립적인 존재로, 센(치히로)의 성장
센(치히로)은 영화 초반부에서 아주 의존적인 아이로 등장합니다. 부모님에게 의지하며 낯선 환경에 쉽게 겁을 먹고 우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변화합니다. 먼저, 유바바의 목욕탕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동료들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을 통해 점점 더 일에 능숙해집니다. 특히, 가오나시와의 관계는 센의 성장을 잘 보여줍니다. 가오나시는 처음에 센에게 집착하지만, 센은 가오나시의 욕망을 조종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진심으로 대해주지요. 이는 그녀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가오나시에 대해서도 잠시 이야기하자면, 작중에서 가오나시는 처음에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 치히로에게 보답을 해주려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순금만으로도 수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에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타락해 버립니다. 그러나 치히로가 준 경단을 먹고 나서는 처음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와, 제니바의 집에서 물질주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센은 하쿠를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는 사명을 수행합니다. 이전의 치히로였다면 두려움에 도망쳤겠지만, 이제는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마지막에 그녀가 본래 세계로 돌아갈 때, 그녀는 더 이상 의존적이거나 겁 많은 아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님보다도 더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죠. 이처럼 센(치히로)은 단순한 성장형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녀는 타인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키우며 진정한 독립성을 갖춘 인물로 발전합니다.
신비로운 존재에서 진정한 정체성을 되찾는 하쿠
하쿠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신비롭고 강한 존재처럼 보입니다. 여담으로 엄청난 미소년인지라 하울, 아시타카와 더불어 지브리 3대 꽃미남으로 꼽히며 인기가 굉장히 많은 캐릭터랍니다. 그는 치히로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호자 같은 역할을 하죠. 그러나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유바바에게 종속된 인물입니다. 하쿠는 유바바의 계약 아래에서 살아가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는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자유롭지 못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치히로와 함께하면서 그는 점차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치히로가 하쿠의 진짜 이름이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고하쿠 강의 신)라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은 그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이름을 되찾은 하쿠는 더 이상 유바바의 지배를 받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찾게 되지요. 하쿠의 캐릭터는 ‘이름과 정체성’이라는 영화의 핵심 주제를 상징합니다. 유바바는 사람들의 이름을 빼앗아 그들을 지배하지만, 하쿠는 이름을 되찾음으로써 자신의 자유를 찾습니다. 여기서 자신의 본명을 듣고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하쿠는 치히로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짓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본래의 따뜻한 자아를 되찾은 것이죠. 그 모습을 본 치히로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하쿠와 함께 밤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이 장면은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 주는 최고의 명장면이자 지브리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쿠의 성장은 자신을 되찾는 여정이며, 이는 센의 성장과도 연결됩니다.
센과 하쿠의 관계, 서로를 성장시키는 인연
센과 하쿠는 단순한 ‘도움 주고받는 관계’가 아닙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먼저, 치히로는 하쿠를 통해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하쿠가 없었다면, 치히로는 목욕탕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치히로 또한 하쿠를 구원하는 존재가 됩니다. 하쿠는 치히로를 보호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치히로 덕분에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자유를 얻습니다. 이는 단순한 ‘구원’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운명적인 인연을 상징합니다. 하쿠가 과거에 강에서 치히로를 구해준 인연이 있었듯이, 치히로 역시 하쿠를 구해줍니다. 이는 ‘은혜를 갚는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이처럼 센과 하쿠는 서로의 성장을 돕는 존재이며, 이들의 관계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인 ‘자아 찾기’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한 모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센(치히로)은 겁 많고 의존적이던 아이에서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고, 하쿠는 잊어버렸던 자신의 이름을 되찾으며 정체성을 찾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주인공과 조력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성장시키고 구원하는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진정한 자유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센과 하쿠의 이야기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성장과 자아 찾기의 과정을 상징합니다. 이런 이유로 '센과 치히로'는 시간이 지나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명작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난 이제 유바바의 제자를 그만둘 거야. 진짜 본명을 찾았으니까.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가. 우린 꼭 다시 만날 거야. 아무튼 결국 팬들이 가장 애타게 원하는 것은 하쿠와 치히로의 재회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듯합니다.